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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글 1-3-0

 

 안녕, 날이 많이 쌀쌀 해졌지. 겉옷을 챙겨야 하는 계절이야. 건강은 잘 챙기고 있는지. 계절이 크게 변하는 때가 오면, 튼튼한 몸과 마음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다시금 느껴. 대체로 몇몇 슬픔은 꾸준한 산책으로 짊어질 수 있지. 오래 걸어야 한다면, 역시 하체 힘이 중요해.

 햇빛을 따라 생활하는 것도 중요하다더라. 비타민을 합성하는 일에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밝은 마음을 유지하는 일에도 좋은 영향을 준다 하던데, 곁에 좋은 친구를 둘수록 든든한 마음이 피어나는 것과 비슷한 걸까. 몸, 밝은 곳에서 작은 도깨비들이 힘껏 비타민을 합성하고 세로토닌을 응원하는 상상을 하면 즐거워지니까.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잘 보이는 것들만큼 좋아해.

 

쉬운 길

 

김 대환 개인전

기간 : 2023년 10월 20일 - 11월 5일

장소 : 413BETA

주최/주관 : 413BETA

 

 

 한 친구의 눈과 귀가 부쩍 어두워졌다는 소식을 들었어. 일찌감치 발 밑을 신경 써 온 덕분인지 무릎은 멀쩡하다 하던데, 그렇게나 예뻐 했던 눈과 귀가 먼저 멀어질 줄은 나도 그도 몰랐어. 되 묻자면 알고 있었지만, 다시 말하자면, 그간 모르는 것으로 두었어. 언제든 슬퍼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우리는 종이접기 서클을 만든 적도 있는 걸. 자신 있게 접을 수 있는 꽃과 동물이 몇 종류나 있지.

 

접기들 | 변하는 크기, 많은 재료, -2023

친구의 복제 | 강아지 크기, 석고나 종이나 청동이나 돌 중, 2023

친구의 복제의 복제 | 강아지 크기의 사본, 석고나 종이나 청동이나 돌 중, 2023

 

 

 다만, 저마다 멀어지는 이들을 원근 다루듯 해도 괜찮은 걸까. 언젠가 보았던 수박 그림처럼 이따금 돌아보는 정도로 충분한 걸까. 서로 호소하지 않아도 좋은 안전한 그림을 곁에 두고, 자릿세를 겸하는 다과를 평하며 그만큼의 안도감을 누리고, 마냥 해가 누워 가는 걸 지켜보는 일로 간편히 자부심을 느껴도 좋은 걸까. 그렇게 등과 무릎을 먼저 떠나 보내도 되는 걸까.

 유독 곱던 그 친구의 코는 이미 멀어진 눈과 귀를 따라 달리는 탓에 빨갛게 변해버렸지만, 어느 수풀과 이불 맡을 부비어 왔는지 내내 읊어낼 수도 있을 만큼, 거짓이 없이 얼룩져 있어. 그게 멋져 보여서 나도 닮은 얼룩을 코나 혀나 손바닥에서 찾아보곤 했어.

 

휠 | 5미터 지름의 원 그리고 사분의 일에서 사분의 일, 나무, 아크릴퍼티, 카페인트, 2023

 

 

 정말이지. 최근, 몸에 상처가 생겨도 금방 낫질 않는 걸 느껴. 충분한 잠과 운동이 없으면 꼭 탈이 나고, 식사량도 줄었어. 이러다 환절기마다 앓아눕는 게 당연한 일이 되는 건 아닐까 겁이 나더라. 사용할 수 있는 몸의 총량을 계산하는 버릇이 생겼는데 그 덕분에 나와 부쩍 친해졌어. 자주 묻고, 응원하고. 예전에도 알지, 세수를 하는 일이나 산책을 하고 퍼즐을 푸는 걸 즐거워했지. 만족스러운 외곽을 그리고 책임을 확인하는 일은 참으로 보람찬 기분이 드니까. 자기소개를 할 기회가 있다면 몇 가지 사연으로 빚어 소개 해볼 수도 있겠고. 만족스러운 자기소개였다면 이 또한 좋은 사연이 되어서 다음 소개 시간에 써 먹어볼 수도 있겠고.

 챙겨 먹는 영양제가 있어? 검진은 받아봤어? 유전자 검사는? 시술이나 수술은 잘 됐어? 이제 많이 추슬렀고? 하루를 삼등분해서 그 중 한 조각은 먹고, 한 조각은 쉬고, 남은 조각으로 벌어야 하는데, 녹록지 않은 일이 맞지.

 

깨끗한 손 | 한 뼘에 반 뼘 더 x 사분의 세 뼘 x 새끼 손톱을 눕혀서, 제스모나이트, 푸른 점토, 야광 점토, 2023

 

 

 그간 어떻게 지내왔는지 듣고 싶었는데, 바꿔 먹을 이야기를 늘어 둔다는 것이 길어지고 말았네. 정작 전시 이야기는 하지도 못했고. 잘 알고 있겠지만, 언덕 만들어 두는 걸 참 좋아하지. 심술궂거나 미련한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그래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언덕을 만들어 두어야겠다고 생각 했어. 이 언덕 마저 없다면 그간 만든 것들은 너무 쉬운 것들이거든.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과 거리를 고려해야 하는 어설픈 고민을 함께 바라보면서 이야기해 볼 수 있다면 좋겠다. 이번에도 좋고 다음 기회가 되어도 좋아. 테이블은 다시 또 마련해야 하겠지만. 그때는 더 멋진 때와 장소로 잡자. 더. 더 근사한 마음과 농담과 얼굴 근육을 준비해 갈게.

 

고마워.

Dahwan Gh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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